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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eHouse/예술겉핥기

[예술겉핥기②] 궁정 필두 화가 벨라스케스 '시녀들'의 비하인드

by 초귀폭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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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궁정 필두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그의 걸작 '시녀들'의 비하인드

 

시녀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as)'

 

 

2017년 7월 스페인 여행을 하다가 알게 된 화가이고 그림입니다. 저는 처음 가보는 곳은 패키지로 가보는 편입니다. 패키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패키지로 가면 일단 유적지나 미술관 일정은 꼭 있습니다.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기 때문에 혼자 가서 본다면 멀뚱멀뚱하다가 나오겠죠. 

 

 

하지만 패키지를 통해가면 가이드 분이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 마련인데요. 그림에 대한 뒷 이야기를 들으면 또 달라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르던 화가도 더 관심이 가게 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림도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해 주시는 가이드 분을 만나면 여행이 한층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만난 '디에고 벨라스케스'도 몰랐던 화가였다가 2% 정도 지식이 쌓이게 된 케이스 였습니다. 

 

디에고-벨라스케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피카소'도 이 작품에 매료되어 시리즈로 58점이나 따라그렸다고 하죠. 24세에 궁정 화가가 되어 수백 장의 초상화를 그린 벨라스케스가 영혼을 갈아 넣은 희대의 역작이 바로 '시녀들'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그림 중 하나라고 불리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숨은 이야기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시녀들'에서 주인공은 누구?

 

원래 제목은 '시녀들'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펠리페 4세와 가족들',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난쟁이의 초상화' 등등이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프라도 미술관으로 넘어가면서 다 빼고 '시녀들'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저도 처음 실제로 봤을 때 웅장함에 한 번 놀라고 초상화라고 하기엔 여러 사람들이 있고, 가장 가운데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 그림 한 장으로 '합스부르크 가문'에 가장 유명한 공주이자 비련의 공주로 알려졌습니다. 

 

프라도-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펠리페 4세'와 '마리아나' 왕비 사이에 태어난 딸 입니다. 유럽 최고의 왕가에서 태어났지만 비극의 주인공이 된 마르가리타 공주. 훗날 신성 로마 제곡의 황비가 되었지만 21세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죠. 

 

 

공주 주위로 시녀들 2명과 왜소증의 광대들 2명 뒤로는 호위병, 왼쪽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벨라스케스 자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벨라스케스에게만 자신의 초상화를 허락했던 펠리페 4세. 왕과 궁정 화가 그 이상의 유대를 가진 관계였습니다. 

 

 

그 당시 화가들은 기술자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급여도 이발사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왕의 총애를 받은 벨라스케스. 궁정 화가들이 6명 정도 있었다고 하는데 왕의 총애를 받는 벨라스케스를 그리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죠. 

 

 

다른 화가들은 약간 비꼬는 말투로 "벨라스케스가 초상화는 잘 그리지"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화가에도 급이 있었습니다. '역사화'를 잘 그리는 화가를 최고로 추앙했었습니다. 초상화는 사람 얼굴만 보고 그리면 된다고 생각해 묘사 능력밖에 없는 '기술자' 취급을 한 셈이었죠.

 

 

하지만 왕실 그림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 받을 정도로 뛰어났기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계란을-부치는-노파
18세 때 그린 '계란을 부치는 노파'

 

저 당시 물감으로 요즘 말하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작품 같이 사진을 찍어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갓 튀겨지는 듯한 계란이나 빨갛게 물든 손끝, 식기들의 질감까지 18세가 그린 그림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향에 있을 때 서민들을 주로 그린 벨라스케스가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포착한 인간의 존엄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 다양한 인물들의 집합체인 '시녀들'. 특히나 왜소증의 광대들은 그 당시 계급사회에서 귀족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했었습니다. 

 

 

 

하지만 시녀들 속 그림에선 공주와 맞먹는 크기와 인물 묘사가 잘 드러나 있죠. 그 당시 그려진 왜소증 광대나 노예 그림들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신분에 상관없이 인간 자체에 대한 존엄을 나타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벨라스케스 비하인드

 

● 벨라스케스의 출신

 

벨라스케스의 본명은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으로 1599년 6월 6일에 스페인 세비야에서 태어났습니다. '실바'라는 이름은 유대인이 쓰는 이름이라 기사 작위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급 귀족 히달고 계급인 어머니의 성인 '벨라스케스'를 썼죠. 하지만 이 계급도 돈으로 매수 가능한 하위 귀족 계급이었습니다. 시녀들 그림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붉은 십자가는 '산티아고 기사단'의 상징입니다. 저 그림을 그리고 3년 뒤에 작위를 받았다고 하죠. 

 

 

이 산티아고 기사작위는 엄청나게 받기 힘든 건데 하위 귀족계급인 그가 왕족과 맞먹는 이 기사 작위를 받는 것도 엄청난 야망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바닥부터 닦아 올린 셈이었죠.

 

 

 

● 19세기 이전까지 일반인은 볼 수 없던 그림 '시녀들'

 

19세기 이전까지 스페인 왕궁인 알카사르 왕궁에 보관되어 있어 일반인들에게 공개 되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비공개로 있다가 19세기 초에 프라도로 옮겨오면서 공개된 작품.

 

 

1734년 왕궁에 불이 났었는데 이 작품만은 떼내어 창 밖으로 던져 겨우 구해냈다고 합니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볼이 그때 화상을 입었는 데 복원한 거라고 합니다. 

 

 

 

● 그림의 배경은 죽은 첫째 왕자의 방

 

시녀들의 배경이 된 곳은 펠리페 4세의 첫째 왕자 '발타사르 카를로스'의 침실이었던 마드리드의 알카사르 궁전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으로 인해 턱이 돌출하고 유전병이 계속 생겨났죠. 마르가리타 공주 전에 총 13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1살도 채 못살고 다 죽었다고 하죠.

 

 

 

첫째 왕자인 카를로스도 17세에 죽고 첫째 왕자의 방을 작업실로 내어줄 만큼 벨라스케스에 대한 왕의 총애가 컸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벨라스케스 '시녀들' 

 

결국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이 그림이 어떻게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되었을까요? 그림 중간에 보시면 거울이 있습니다. 거울 속에 왕과 왕비가 비춰지는데요. 왕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는 중 그걸 보러 온 딸과 시녀들, 그리고 화가 자신과 광대들, 호위들이 있습니다. 

 

 

왕의 시선으로 보는 궁 생활의 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왕의 일상 중 초상화를 그리는 일정 중에 구경하러 온 딸과 시녀들을 그야 말로 스냅숏처럼 그렸습니다. 왕의 시선으로 그린 그림. 상당히 독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내가 왕이 된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펠리페 4세는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놓을 만큼 애착하는 그림이었죠.

 

 

밑바닥부터 올라와 왕의 총애를 받은 벨라스케스. 마치 JYP가 만든 노래 앞부분에 나오는 'JYP~' 인증사운드를 넣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전에 화가들도 자신의 모습을 카메오처럼 그려 넣은 그림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벨라스케스처럼 당당하게 그려진 작품도 없죠. 

 

 

그 당시 계급사회를 생각한다면 인물 하나하나 개성을 살린 이 그림이 아직도 인종차별이 있는 현재에 많은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왕 부부는 거울에 비쳐 아예 얼굴도 잘 안 나옵니다. 

 

 

공주를 이용해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면서도 시녀들이나 광대들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입니다. 자신의 신분은 상승했지만 인간 자체에 대한 계급은 평등하다고 나타내는 듯 보였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죠.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재밌는 그림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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