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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eHouse/예술겉핥기

[예술겉핥기④]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돈키호테

by 초귀폭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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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알지만 정작 물어보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는 '돈키호테' 어떤 내용인지 함께 알아보시죠.

 

돈키호테와-산초
라만차의 돈키호테(Don Quixote de La Mancha) -프랑스 화가 '쥩 다비드' 작(1887)

 

 

너무 유명하지만 진짜 겉만 알고 있는 돈키호테(Don Quixote)입니다. 일본의 잡화점 이름으로 더 많이 알고들 있을 겁니다. 저명한 예술가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작품. 1605년에 발표된 소설로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의 판타지 풍자 소설 돈키호테에 대해 살짝 알아보았습니다. 

 

 

 

저도 거의 원작은 읽어본 적 없고 이름만 알고 있는 수준이라 돈키호테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자세히 몰랐다가 이번에 포스팅을 위해 조사를 해보면서 그나마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블로그에는 이세계 애니 리뷰가 많이 있습니다. 그의 가혹했던 생애를 보면 진짜 이세계로 가고 싶었던 사람이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 속 돈키호테를 통해 자유를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로 가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돈키호테는 오직 나를 위해 태어났고,
나는 그를 위해 태어났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생애

 

※ 굵직한 사건들 위주

 

미겔-데-세르반테스
출저: KBS 1TV '예썰의 전당'

 

 

1547년 9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북쪽에 자리잡은 카스티야 지방의 작은 도시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란 곳에서 태어남. 몰락한 이달고(스페인 하급 귀족) 집안을 뿌리로 둔 이발사 겸 외과 의사인 '로드리고 세르반테스'의 아들로 태어남. 

 

 

1554년  빚 때문에 전 재산을 차압당하여 가족들은 13년 동안 스페인 전역을 떠돌아다님.

 

 

1571년  오스만 제국에 맞서기 위해 결성한 전투함대 부대에 자원입대. 스페인과 교황청, 베네치아, 제노바가 중심이 된 신성 동맹오스만 제국 함대가 맞붙는 '레판토 해전' 발발. 레판토 해협에서 대승했지만 총상을 입고 왼손을 잃음. 그때 나이 24세.

 

 

1575년  군생활을 계속하다가 귀국하려고 탄 배가 태풍에 휩쓸림. 튀르크(현재 터키) 해적의 습격을 받아 5년간 노예 생활.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온갖 고문을 받음. 결국 가족이 모은 돈으로 천신만고 끝에 풀려남. 가족이 사는 마드리드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

 

 

1585년  소설 『라 갈라테아』 출판하지만 인기 없음. 

 

 

40대에 세금징수원으로 일하지만 미납세자가 도망가거나, 교회에 세금을 걷어 신성모독죄로 세비야 감옥에 7개월 감금.

 

스페인-감옥
출저: KBS 1TV '예썰의 전당'

 

갇혀 있는 동안 돈키호테를 구상.

 

1605년  출소 후 『돈키호테』 제1부 출판. 이때 나이 58세.

 

1615년  『돈키호테』 제2부 출판. 1부가 대박을 터트리지만 판권을 일찍 팔아 얼마 못 벌음.😨

 

1616년 마드리드에서 생을 마감.

 

그 뒤 미친듯한 인기로 반대편에 있는 남미나 중국, 우리나라에 까지 소개됨.

 

둔기호전기
1915년 육당 최남선이 우리나라에 소개한 『둔기호전기』

 

 

 

돈키호테 간략 줄거리

 

50세에 중세 기사도 덕후인 '알론소 키하나'. 시골 귀족인 그는 기사도 책만 읽는 데 집중하여 사냥도, 재산관리도 제쳐두게 됩니다. '구스타브 도레'가 그린 소설 속 첫 삽화를 보면 요즘 덕후의 방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잠도 안 자고 읽다 보니 머릿속이 말라
이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 돈키호테 제1장

 

구스타브-도레-돈키호테
구스타브 도레가 그린 돈키호테(1862년 추정)

 

기사도에 잠식당한 알론소 키하나는 자신을 '라만차의 돈키호테'라 칭하며, 마을 소작인인 '산초'와 그의 말 '로시난테'와 함께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모험을 그린 이야기. Don은 남성 명사, Quixote는 허벅지 보호대를 뜻한다고 합니다. 

 

 

내가 한 일은 기사의 일이라오
가난한 자를 돕기 위해 내 한 몸 내던질

굳은 결의로 이 고적한 들판을 헤매고 있는 것이라오
- 돈키호테 13장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풍차를 괴수 거인으로 보고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에피소드가 가장 유명하죠. 

 

살바도르-달리-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돈키호테 풍차 에피소드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살던 시기는 시대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시대였습니다. 이탈리아 파비아 성을 두고 합스부르크 제국과 프랑스 사이에 '파비아 전투'가 벌어집니다. 이 전투에서 합스부르크는 화승총을 들고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 

 

 

 

화승총의 등장으로 인해 기사의 명예가 떨어지는 시기였죠. 기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에 기사도의 정신도 살리면서 미치광이 주인공을 등장시켜 세상과의 싸움으로 뛰어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기사도에 잠식당한 세상을 모르는 돈키호테와 주인보다는 현실적이지만 욕심 많은 산초는 가는 곳마다 사건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그들의 용기는 꺾이지 않고 모험을 해 나갑니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이전에 알고 있던 기사들처럼 멋지지도 않고 말썽만 일으키는 주변에서 쉽게 볼 법한 인물들입니다. 현실적인 두 인물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 소설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됩니다. 

 

 

 

 

돈키호테 리뷰

 

오늘날 느낌으로 돈키호테 스토리를 살짝 압축해 보았습니다. ^_^

판타지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50세 A라는 남자. 그러던 어느 날 VR로 하는 판타지 게임이 출시하게 되고 그 남자는 게임 속에서 '돈키호테'란 닉네임으로 게임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게임 속에서 동료도 만나고 괴수도 잡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행복을 느끼죠. 


50세라 컨트롤이 미숙해 매번 괴수 토벌에 실패해도 그것마저 행복합니다. 하지만 뉴비들을 도와주며, 선의를 베풀고 다닌 그는 그 서버에서 인싸가 됩니다. 게임 속에서 그는  알 수 없는 행복감에 완전히 게임 속 캐릭터로 빠져듭니다. 보다 못한 친구 B가 자신도 게임으로 접속해 A에게 결투를 신청. 


친구 B는 자신이 이기면 게임을 그만두고 현실로 돌아가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친구가 대리기사를 불러 승리하게 되죠.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친구 B와의 결투를 패배하게 되자 완전히 의지가 꺾입니다. 그렇게 '돈키호테' 캐릭터를 삭제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날부터 기력이 쇠약해지기 시작하는 A는 몸져눕게 되고 게임 속 판타지 세상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얼마 안 가 그는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A를 잃은 친구 B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요?

 

 

소설 마지막 부분에 돈키호테의 친구인 '삼손 카라스코'가 나옵니다. 삼손은 돈키호테에게 자신도 기사인 척 변장해 결투를 신청하죠. 결투에서 패배한 돈키호테는 삼손의 조건대로 모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몸져누워 기사도의 환상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됩니다.

 

 

"나의 벗 산초여, 기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어리석은 착각에 자네까지 빠지게 했던 것을 용서하게"

그렇게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의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미쳐서 살았고 제정신으로 죽었다.

 

 

삼손은 선의를 베풀고자 한 행동이지만 선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냥 돈키호테로 살다가 죽었으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주위엔 보통사람과 조금 다르다 싶으면 보통으로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평범하고 안정되게 살고 있는 사람들과 꿈을 찾아 돈키호테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 뭐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세르반테스 작가는 현실을 깨달으면 죽은 것이고 꿈을 좇으면 살아있는 것을 말하는 듯 보였습니다. 

 


 

동시대에 나온 유명한 소설로 '햄릿'이 있습니다. 돈키호테보다 2년 전인 1603년에 출간되었는데요. 미치광이 돈키호테와 미친 '척'하는 햄릿의 이야기 둘 다 흥행에 성공합니다. 

 

햄릿 : 합리적이고 분석적이지만 많은 선택지 속에서 판단이 신중한 유형

 

돈키호테 :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며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실행력이 뛰어난 유형

 

여러분은 어떤 유형이신가요? 돈키호테 같은 유형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 보입니다. 

 


 

15세기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으로 종교 재판으로 죽은 사람은 약 30만 명 이상이었습니다. 스페인은 종교 개혁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페인에 살던 이슬람이나 유대인들은 종교를 바꾸지 않으면 그 땅에 못 살게 합니다. 그 시대에 살았던 작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통해 자유를 갈망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구를 미치광이라 부르겠소
가장 똑바른 정신을 갖고 사는 게 미친 짓이라오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대사 중

 

행복한-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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