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튜브 숏츠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3년 뒤 한국사람 말투'라는 숏츠였는데요. 한본어의 원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심코 쓰는 단어들이 전부 일본어였습니다. 말과 문화를 먼저 빼앗가 가려했던 일본의 만행이 아직까지 남아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에도 무심코 쓰이는 말들이 실제로 일본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우리야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닌지라 일상 생활에서 쓰는 말까지 신경써가며 말을 하진 않습니다. 쓰지 말라고 해도 이미 입에 붙어버린 말들을 쉽게 고치긴 힘들죠.
어차피 안 고쳐질꺼 압니다.ㅋㅋ 그래도 알고 쓰는 거랑 모르고 쓰는 것에는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말들이 있는지 한 번 모아봤습니다.
1. 일본어인 단어 모음
가오(かお) → 얼굴, 체면
'가오잡다'란 말로 많이 쓰이죠. 허세나 오만을 부릴 때 쓰이곤 하는데요. 실제 뜻은 '얼굴'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가오나시' 캐릭터는 '얼굴 없음'이란 뜻입니다.
기스(きず) → 흠집, 상처
일본어 きず(키즈)에서 온 말로 상처, 흠집이란 뜻입니다. '기스났다'라고 많이 쓰이면서 원래 발음인 '키즈'에서 발음에 변화가 생긴 단어 중 하나입니다.
노가다(土方, どかた) → 막노동, 막일
건축 및 토목 노동자를 의미하는 일본어 도카타(どかた)가 어원입니다. 노가다는 잘 아시죠? 원래 발음인 도카타에서 발음에 변화가 생긴 단어입니다. 일본에서는 방송금지 용어로 검열된다고 하네요.
다대기 → 다진 양념
'두드리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叩き(타타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양념이란 뜻은 없어서 신빙성이 많진 않다고 합니다.) '다데기'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습니다.
민치(ミンチ) → 다짐육, 분쇄가공육
국거리용 고기로 민찌고기 달라고 많이들 합니다. 다짐육의 일본어이고 햄버거 패티나 민치카츠의 재료로 쓰인 다진 고기를 뜻합니다. 만화 '기생수'에서 민치살인마라고 나오는데 '시체가 마치 다진 고기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땡땡이(てんてん) → 물방울 무늬
점, 반점을 뜻하는 일본어 땡땡(텐텐, 点々,てんてん)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물방울무늬 원피스 옷을 땡땡이 원피스라고 자주 부릅니다.
땡깡てんかん → 생떼, 억지
고집을 부리며 난동 피우는 모습을 '땡깡 부린다', '땡깡 피운다'라고 많이 씁니다. 경상도 사투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입에 착 달라붙는데요. 일본어 '텐칸'(癲癇)이 어원입니다. 간질병을 뜻하는 단어와 동음이라 일제강점기 시절에 말을 듣지 않는 조선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었다고도 합니다.
만땅(まんタン), 이빠이(いっぱい) → 가득
주유소에 기름을 넣을 때 '만땅이요'라고 많이 쓰입니다. 채울 만(満)과 영어 탱크(Tank)의 합성어로 일본식 어휘 입니다. 원래는 만탕크로 불리다가 줄여져서 만땅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빠이는 가득이란 뜻의 일본어입니다. 잘 아시죠? 기름을 가득 넣으면 차가 무거워져 연비가 더 안 좋다고 하네요.
삐까번쩍(ピカピカ) → 반짝반짝, 번쩍번쩍
일본 의성어인 삐까삐까에서 온 말입니다. 잘 아시죠? 포켓몬에 피카츄가 쓰는 말이죠. 삐까와 우리말 번쩍의 합성어입니다.
쇼부 (勝負, しょうぶ) → 승부
승부의 일본어입니다. '쇼부보다', '쇼부치다' 등으로 많이 쓰입니다. 중.고등학생 때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듣자마자 쇼군(장군)이랑 비슷하길래 일본어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맞았습니다.
스끼다시(つきだし) → 밑반찬
횟집에서 회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밑반찬을 말합니다. 츠키다시, 쯔끼다시 등으로 사람마다 발음이 다르죠. 한국사람이 잘 발음 못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츠와 쯔의 중간 그 어디쯤 발음입니다. 스키다시는 잘못된 발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오사카 같은 간사이 지방에서 많이 사용하고 도쿄 같은 간토 지역에서는 '오토오시'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번외로 요즘 표정 장인으로 유명한 걸그룹 빌리의 '츠키(つき)'는 '달'이라는 뜻.
오라이 → 좋아. 괜찮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버스 안내양이 자주 하는 말이죠. 오라이~오라이~ All Right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실제로 일본인이 읽는다면 '오-르 라이토'같은 발음이지 않을까 합니다.
와꾸(わく) → 얼굴, 틀, 프레임, 테두리
영화 '아저씨'에서 김희원 배우가 원빈을 보고 "와꾸 좋네"라고 하죠. 얼굴을 지칭하는 은어로 원래는 일본어로 프레임 또는 테두리라는 뜻입니다. 인쇄소에서 많이 쓰기죠 합니다.
유도리(ゆとり) → 융통성
제가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인데요. 효율적으로 융통성 있게 일하는 걸 좋아해서 항상 유도리를 강조하곤 합니다. 원래는 유토리(ゆとり)로 '여유'라는 일본어입니다.
뽀록, 후루꾸 → 들통, 요행
요행을 뜻하는 영단어 Fluke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후로꾸 또는 후루꾸로 당구장에서 많이 들리죠. 요행이 좋은 선수들의 실제 실력이 뽀록났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운빨이란 말과도 비슷합니다.
2. 그 밖의 일본어인 단어
공구리 → 콘크리트
소바 → 메밀국수
스뎅 → 스테인리스
소보로빵 → 곰보빵
오바 → 외투, 겉옷
오뎅 → 어묵
빵꾸 → 구멍
빠꾸 → 퇴짜
요지 → 이쑤시개
곤색 → 어두운 남색
종지부 → 마침표
쿠사리 → 면박, 꾸지람
보겟또 → 주머니, 포켓
3. 인쇄 용어로 쓰이는 일본어
인쇄 기술은 우리나라가 먼저 일진 몰라도 인쇄 기계는 일본이 상당히 발전하였습니다. 지금 현업에서 사용하는 기계들도 거의 일본 제품인데요. 그로 인해 인쇄소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일본어가 많이 있습니다. 점점 바뀌고 있는 추세지만 아무래도 많이 남아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인쇄소에서 사용되는 일본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어 | 영어 | 한국어 | 작업 진행 과정과 방법 |
돔보, 돈도 | Mark | 가늠표 | 인쇄, 제본, 제판 기타 후가공 등 모든 공정에서 가늠 맞춤에 쓰이는 표시 |
돈땡 | 같이 걸이 | 인쇄물의 앞판과 뒷판을 한판으로 짜서 앞,뒷면을 같은 판으로 인쇄하는 방식 | |
지라시 | leaflet | 리플릿, 전단지 | 낱장 인쇄물 |
오시 | 누름자국 | 두꺼운 종이를 접을 때 종이가 터지지 않게 눌러주는 공정. 초대장, 팜플렛 등 | |
우라 | 뒷면 | 각종 인쇄면의 뒷면 | |
혼가께 | 따로 걸이 | 인쇄물의 앞판과 뒷판을 별도로 판을 짜 인쇄하는 방식 | |
아미 | dot | 망점 | 필름 또는 인쇄물 위에 구성된 점. |
덴노리 | 머리 풀칠 | 메모, 원고지, 편지지 처럼 머리를 접착제로 굳혀서 1장씩 떼어 쓸 수 있도록 제책한 것.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비치된 서류 등 | |
도무송 | tomson | 모양따기 | 톰슨인쇄기의 일본식 발음. 인쇄물을 목형을 이용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따는 공정. 청첩장이나 팝업인쇄물에 주로 쓰임. |
모쿠지 | contents | 목차, 차례 | 목록이나 제목, 조항 따위의 차례와 페이지 인쇄 |
기가다 | 목형 | 도무송 가공을 위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합판에 칼을 박은 판. 달고나 만들 때 모양데로 찍는 틀을 생각하면 쉽다. | |
구아이 | 물림 | 인쇄 시 기계가 종이를 잡는 부분. 그 부분은 인쇄가 안 됨. | |
베다, 뻬다 | Solid Printing |
민 인쇄 | 망점 처리하지 않고, 빈 공간 없이 전면 인쇄하는 것. |
시다 | Back Up | 보조 | 작업을 거들어 주는 사람. 시다바리란 말의 어원. |
마끼도리 | 잉크 세척 | 인쇄작업이 끝났거나 잉크 교환을 위하여 롤러에 있는 잉크를 세척하는 과정. | |
오도시 | 자투리 | 규격 이 외에 불필요한 부분의 종이. | |
조아이 | 정합 | 낱장이나 접지된 인쇄물을 순서대로 맞추는 공정. | |
오리꼬미 | 접어넣기 | 내지의 판형보다 큰 별지를 접어 접장 사이에 끼워 넣는 인쇄물과 그 공정. 책표지에 날개 부분. 주로 저자의 소개나 약력 등이 게재됨. | |
하리꼬미 | in position | 터잡기 | 인쇄와 제책 등의 공정에 맞게 판을 짜 맞추는 과정 |
세네카 | 책등 | 책을 책장에 꽂으면 보이는 부분. | |
누끼 | 배경 지우기 | '누끼딴다'라고 말하며 원하는 그림만 빼내거나 배경을 지우는 과정 | |
와꾸 | Frame | 테두리, 틀 | 일정한 형식. 생김새. |
야레지 | 파지/파판 | 판 출력이나 인쇄시 발생되는 손실(loss)판 또는 손실(loss)지를 일컫는 말. 인쇄는 색을 맞추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거친 후에 제대로 인쇄 된 것만 사용. |
이상으로 모르고 쓰이는 일본어 단어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보다 보니 영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게 종종 보이네요. 일본인 친구에게 빅뱅의 누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비끄반그노 토프가 스키'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땐 일어를 잘 모를 때라 처음에 잘 못 알아 들었습니다. '빅뱅의 탑'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일본식 영어는 자기들 어휘에 맞게 읽고 쓰기 때문에 일반 영어 발음을 하면 서로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식의 영어들이 일본어화 된 게 많아 보입니다. 조사하다 보니 의외로 평소 사용하던 단어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애니를 보다 보면 저 말이 일본어였구나 하는 걸 가끔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런 사실을 알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www.youtube.com/shorts/YmS8wqA-t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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